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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다문화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2024-11-15 00:27
작성자 Level 10

[여의도칼럼]다문화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염철현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입력시간 :2012.12.13 10:12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문화’는 더 이상 거대담론이 아닌 일상생활의 중요한 키워드다. 1980년대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차원에서 시작한 국제결혼사업이 국내외적인 구조적 특성, 즉 저출산과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외국인 근로자와 해외 유학생의 유입 등과 상승작용을 하면서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게 됐다.

유엔 기준으로 다문화사회로의 진입기준은 총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 5%다. 한국은 체류 외국인이 143만여명(2012년 10월 기준)으로 총인구 대비 약 3%을 차지한다. 불과 10 

년 전만 해도 외국인이 62만 여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를 달성한 기록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이지만 다문화사회로의 진입도 속도전을 방불케 할 정도의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은 도전이면서 기회이다. 오랜 다문화 역사를 경험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들도 자신들이 추진해온 다문화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한 바 있다. 후발 다문화국가로서 한국은 선진 외국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타산지석으로 삼음과 동시에 우리의 문화와 토양에 맞는 다문화교육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새댁과 시어머니 사이에 일어난 고부 갈등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무슬림 청년이 겪은 에피소드는 한국의 다문화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가르쳐 준다.

전남 완도의 다문화가정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 일어난 얘기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아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손자를 안겨주었다. 시어머니는 손자를 안겨준 외국인 며느리가 대견해 산후 조리를 위해 정성껏 음식을 장만했다. 산후 음식에 미역국을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며느리는 미역국을 먹지 않았다. 사실 베트남에서 산모들은 ‘까잉(깐)’이라고 하는 하얀 돼지족발에 당근과 감자를 푹 고아서 만든 음식을 먹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모조리용 음식인 미역국은 돼지죽처럼 미끌미끌해서 먹지 않는다. 그러니 베트남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정성껏 끊여 준 미역국을 먹지 않았던 것이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기업에 첫 출근한 무하마드 씨는 그를 환영하는 회식 자리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회식 자리에서 옆 동료가 갑자기 돼지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입에 넣어줬다. 한국적인 정서로 보면 따뜻한 동료애를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무하마드 씨는 밖으로 나가 토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이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종교적으로 엄격히 금기한다는 것을 모르고 삼겹살 파티를 준비한 것이다. 상대방의 문화적 특성을 배려하지 않은 환영식은 다른 문화권의 사람에게 무시와 모욕만을 안겨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다문화 교육은 생활밀착형 콘셉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삶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사례중심의 교육과 학습을 통해 “다르지만 같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산모도우미가 이주여성의 출산과 산후조리를 돕게 하고, 다문화가정 방문교사와 상담사가 다문화가정을 직접 방문해 한국어 교육을 비롯한 예절 등 한국문화 교육, 학교 생활지도 및 상담 등을 하는 것은 현장지향형의 모범사례라고 할 것이다.

최근 일류기업일수록 다문화최고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를 두며, 구성원의 다문화수용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다문화수용지수가 높은 기업의 제품일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고 한다. 앞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물론 도시의 반상회나 농촌의 마을단위별 모임 등에서도 다문화교육이 일상화 돼야 한다. 그러면 왜 베트남 새댁이 미역국을 기피하고, 무슬림 청년이 돼지고기를 금기시 하는지 알게 된다. 문화적 갈등과 충격은 사소한 것에 출발하고, 그 해결도 그 사속한 것에 대한 존중에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