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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태어날 때부터 내 피부는 검은 색2024-10-04 05:49
작성자 Level 10

태어날 때부터 내 피부는 검은 색
자라서도 검은 색
태양아래 있어도 검은 색
무서울 때도 검은 색
아플 때도 검은 색
죽을 때도 여전히 나는 한 가지 검은 색이랍니다

그런데 백인들은요
태어날 때는 핑크색이잖아요
자라서는 흰색
태양아래 있으면 빨간색
추우면 파란색
무서울 때는 노란색
아플 때는 녹색이 되었다가
죽을 때는 회색으로 변하면서
이래도 너는 나를 유색인종이라고 하는지?


('UN이 선정한 최고의 동시', 작자 '아프리카의 어느 어린이')

국제연합(UN)이 아프리카 어린이가 쓴 시를 최고의 동시로 선정했다는데…. 과연 그런 적이 있었는지 확인해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시도했는데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UN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깨우치기 위해 소년의 시를 최고의 동시로 선정했다면 그것은 잘한 것입니다. 작자 미상의 아프리카 소년이 부르짖은 인종차별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되고 있으니까요. 작자 미상의 소년이 가슴에 맺혔던 것을 시로 항의했는데, 이를 추려보면 이렇지 않을까요?

검은 피부의
나는 죽을 때까지
한 가지 검은 색인 흑인이다.
그런데 여러 색으로 변하는 네가
우쭐거리며 백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
흑인을 유색인종이라며 차별할 수 있느냐.

시커먼 흑인은 죽을 때까지 무시당해야 합니까?
키 작고 눈 작은 황인종은 차별 받아 마땅합니까?
백인들은 하얗기 때문에 마냥 우대받아야만 합니까?
자유, 평등, 평화의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부당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유색인종'(有色人種)이란 말은 백인을 제외한 황색, 흑색 피부를 가진 모든 인종을 뜻합니다. 이 낱말은 제국주의의 역사와 이데올로기가 담긴 반인간적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유색인종이란 낱말은 인류사회에서 속히 사라져야 합니다.



흑색(黑色)과 백색(白色) 그리고 황색(黃色)!


(사)지구촌사랑나눔은 형형색색(形形色色) 공동체입니다. 검은 피부와 하얀 피부 그리고, 누런 피부들로 조화로운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선 검은 친구들이 더 돋보이거나 더 사랑받기도 합니다. 더 돋보이고 더 사랑을 받는 것은 피부색 때문이 아닙니다. 만일 피부색 때문이라면 그것은 역차별입니다. 차별이든 역차별이든 차별은 온당치 않습니다.

(사)지구촌사랑나눔이 운영하던 '다문화어린이집'에는 네슬리(흑)와 조엘(백)과 도우(황)라는 삼총사가 있었습니다. 삼총사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친구는 네슬리입니다. 아프리카 가나공화국에서 온 네슬리는 성격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남자 어린이들은 여자 친구들의 수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네슬리는 여자 친구들이 아무리 재잘거려도 친절하게 귀 기울여 줍니다.

반면에 파워에너지인 한국 어린이 도우는 인기가 많지 않습니다. 살짝만 밀었는데도 친구들이 꽈당!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삐치기도 잘하지만 금방 사과하며 안아주기 때문에 인기가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조엘은 조용한 아이입니다. 삼총사 중에서 무던한 성격의 조엘은 네슬리와 도우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주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여기에는 조엘 대신에 러시아에서 온 니키타가 등장합니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어느 날이었습니다. 네슬리가 친구들에게 거시기를 좀 보여 달라고 했다는군요. ㅋㅋㅋ ㅎㅎㅎ 차례로 엉덩이를 깠는데 즉, 검은 엉덩이(네슬리)→횐 엉덩이(니키타)→누런 엉덩이(김도우)를 서로 구경한 다음에 거시기를 서로 보면서 키득키득 거렸다는군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은 거시기 한 사건이 아니라 심리학자 프로이드가 설명한 '남근기'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니까요. 나중에 니키타에게 물었습니다.

"누구 엉덩이가 최고 멋있어?"
"네슬리 엉덩이!"
"도우 엉덩이는 어땠어?"
"꾸린 내가 났어요! 꾸린 내^^!"


개구쟁이 삼총사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도우는 지금 니키타네 동네인 모스크바에서 삽니다. 아빠가 러시아로 발령 나면서 가족 모두가 이주한 것입니다. 지구촌학교에서 1학년까지 다녔던 네슬리는 부천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했습니다. 그리고 조엘은 인도네시아로 돌아갔고요. 개구쟁이 삼총사도 어엿한 아홉 살이 됐으니 개구쟁이란 말은 떼어내야 하겠네요. 그렇지만 우리들의 기억 속에는 영원한 개구쟁이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네슬리, 조엘, 도우야!
검든, 희든, 누렇든 어쨌든
피부 색은 문제가 되지 않았잖아!
그냥 희희낙락 행복했던 너희들처럼
지구별 형행색색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