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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떠나는 것의 중요성’2024-10-04 01:39
작성자 Level 10

 

Injury Time-박지성이 보여준 ‘떠나는 것의 중요성’

다음스포츠 입력 2012.07.11 14:34 | 네티즌 의견 보기

 



 

(베스트 일레븐)

2005년부터 7년 동안 정들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퀸즈 파크 레인저스라는 새로운 팀에 둥지를 튼 박지성에 관한 소식이 연일 화제다. 박지성은 우리 시간으로 지난 9일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안일한 생활에서 벗어나, 무한한 가능성이 살아 있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는 게 박지성이 밝힌 이적의 이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최고의 클럽에서 한국 선수가 뛰는 모습을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싶을까라는 서운함만 뺀다면, 박지성의 이번 이적은 그를 위해서나 더 많은 경기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팬들을 위해서나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박지성을 데려간 퀸즈 파크 레인저스가 연일 대대적 홍보와 함께 깍듯한 예우를 갖추고 있어 보는 우리는 참으로 뿌듯하다.

그런데 이번 이적을 통해 박지성이 우리에게 보여준 게 하나 더 있다. 잊고 살았던 소중한 진리인데, 바로 '떠나는 것의 중요성'이다. 흔히 "사람을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만남만큼 헤어짐도 잘 하는 것이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고 예의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박지성은 이번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둥지를 옮기면서 아름다운 안녕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직접 보여줬다. 그 복잡하고 혼탁하다는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서 말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참으로 아름답게 이별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의 이적 후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비롯해 동료들이 전한 아쉬운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이적을 발표한 후 두 가지 내용을 언급했다. 하나는 더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다른 리그의 팀으로 이적했다면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갔을 텐데 그렇게 해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얘기였다. 같은 팀에서 오랜 시간 뛰었던 선수가 나갈 때 하는 감독의 통상적 발언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사자가 고집불통의 퍼거슨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퍼거슨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은 뒤 20년이 훨씬 넘도록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명성이나 개인적 애정에 연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늘 차가운 이성으로 팀 리빌딩을 꾸준히 진행했는데, 덕분에 적잖은 선수들이 팀에 크고 작은 많은 공을 세우고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채 떠나야 했다. 그의 애제자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날 때 아름답게 떠났던 선수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 퍼거슨이 이제는 적이 될 제자를 향해 애틋한 미안함을 전했다는 것은, 7년 동안 박지성이 그에게 어떤 존재였고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퍼디난드와 에브라를 중심으로 나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동료들의 아쉬운 작별 인사도 그가 좋은 이별을 했음을 입증하는 또 다른 증거다. 두 선수는 앞 다퉈 박지성의 이적을 아쉬워했는데, '동지가 아니면 적'인 냉철한 프로의 세계에서 떠나는 선수를 공개적으로 그리워할 수 있을 만큼 박지성은 착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한 것이다.

박지성이 보여준 좋은 이별의 증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신들의 구단 홈페이지를 이용해 박지성에게 안녕을 고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박지성의 이적이 확정된 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4개의 특별 페이지를 준비하며 떠나는 그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보였다. 그 페이지는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안녕을 고하는 난과 지난 7년 동안 박지성이 그곳에 머물며 보인 여러 활약상에 대해 언급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최근 수년 동안의 기억을 뒤져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팀을 떠난 선수에 대해 그토록 애틋한 마음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박지성이 참으로 좋은 이별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유럽 축구의 이적 시장은 복잡하다. 그리고 대단히 혼탁하다. 서로의 이익을 위한 선수와 구단 그리고 감독과 에이전트 간의 실랑이가 쉼 없이 일어나는 곳이다 보니 사람 냄새 풍기는 장면을 발견하지가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번 이적을 통해 유럽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을 잘 보여줬다. 다음 시즌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일원이 되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를 찾았을 때도 야유가 아닌 환호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는 것도 그가 잘 마무리 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각박함이 낯설지 않을 만큼 일반화된 요즘, 그리고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모습이 달라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이 잦은 요즘, 박지성이 보여준 '떠나는 것의 중요성'은 참으로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에어 아시아 제공(www.air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