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다도시가 말하는 다문화가정 [전주] “다문화 가정 2세들은 한국을 밝힐 미래의 보물들입니다.”
10월 26일 화요일 전주시청 강당,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방송인 이다도시씨(42)가 다문화 가정 2세들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전주시청에선 2007년부터 시민들에게 다양한 교육과 전문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다문화 가정의 이해’, ‘건강하게 사는 비결’ 등 매달 주제를 가지고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한국, 수다로 풀다’였다.
전주시청 자치행정과 최중범씨는 “이번 달 시민 강좌는 다문화 가정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획했다”며 “실제 다문화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다도시씨로부터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고,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의 역할과 중요성을 함께 공감하기 위한 강연”이라고 설명했다.
10월 26일 전주시청에서 열린 시민강좌에서 방송인 이다도시씨가 강연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우리나라’사랑” 한국에 온지 20년이 다 됐다는 그녀는 그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점, 한국인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제가 처음 한국 와서 놀랐던 것은 한국인들은 ‘우리’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선생님’ ‘우리 아빠’ 등 일상 곳곳에 이 단어를 끊임없이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큰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와 ‘외국인’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의사소통에서 오는 불편함보다 한국 사람들과의 ‘심리적인 거리감’에 더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그룹에 대한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당황스럽고 무섭게 생각될 때가 있다”며 “한국인들의 눈에는 우리 것을 지키려는 것으로 보이나 반대로 외국인의 눈에는 자신의 문화를 비하하는 듯 한 광고를 보고 당황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고추장 브랜드 광고를 볼 때였는데요, 한국의 ‘고추장이 최고’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비교하는 장면에서 ‘고추장으로 만든 한국 음식은 맛있다’고 표현하는 반면에 ‘스파게티를 보며 느끼하다’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재미있어 보일지 몰라도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큰 상처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다른 문화를 얼마나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20여년 전 한국에 귀화해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강연하는 방송인 이다도시씨.
외국인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는? 이다도시씨는 한국에 귀화해 살면서 다문화가정이 겪는 문제들을 설명하며,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살고 있지만, 외국인을 국적에 따라 차별대우하는 ‘이중 잣대’를 가진 사람이 많아요.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같은 외국인이라도 미국인들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은 관대하지만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은근히 무시하고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국제결혼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의 역할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들은 한 가정의 가문의 대를 이어주는 며느리이자, 한국의 미래를 이끌 아이를 낳아주고 키워주는 고마운 여성”이라며 “출신국의 경제 수준을 외국인을 대하지 말고 각자의 문화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인 이다도시씨는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사례로 제시하며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2세들, 한국의 보물입니다.” 이다도시씨는 다문화 가정 2세들이 겪고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녀는 “현재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머리, 눈,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한국인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언어장벽에 부딪치기도 하고, 이러한 편견 때문에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와 같은 정체성 혼란도 겪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들이 어른이 되면 어머니의 나라로 떠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건 한국의 보물들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 2세들은 자라면서 엄마의 모국어와 아빠의 모국어를 동시에 배운다. 게다가 문화를 바라보는 시야도 더 넓을 수 있다. 이들은 훗날 대한민국의 인재가 돼, 사회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서울 사람의 성격과 경상도 사람의 성향이 다른 것처럼 문화적 차이도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한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부터라도 우리 주위에 다문화 가정 2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세요.”
방송인 이다도시씨의 강연을 듣기 위해 전주시청 강당에 모인 전주시민들의 모습이다.
“현실적인 이야기, 공감하고 갑니다” 강연을 들은 참석자들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강모씨(50·여)는 “요즘 다문화 가정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사실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며 “강연을 듣고 나니 그 아이들도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보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씨(58)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똑같이 한국인인데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강연을 들으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다도시씨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보물들인데, 앞으로 좋은 시선으로 그들을 격려해야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앨리씨(30·여)는 “다문화 가정으로써 직접 겪는 일을 사례로 말해줘서 저도 많이 공감했다.”며 “이런 강연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다른 한국 아이들처럼 따뜻한 배려 속에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의 엄마로써 이다도시씨가 겪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문화 가정을 대하는 우리들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자녀들이 한국 자녀들처럼 자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