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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가리봉의 아이들2024-11-18 05:53
작성자 Level 10

 

- 국고 보조금 횡령 저지른 어린이집 700곳 적발
- 어린이집 아동학대 부쩍 작년 159건 '3년새 2.4배'

 

사랑과 믿음으로 운영되어야 할
어린이집들이 원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아동 학대와 위험한 사고에 노출됐습니다.
정부의 대책은 늘 미봉책이어서 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세 마련과 자녀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가정과 일터에서 파김치가 되도록 일해야만 하는 한국 엄마들은
'아이가 왜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쓸까?'하고 애를 태우다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청해 보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맙니다.

 

슈퍼우먼 한국 엄마들의 어려움이 이 정도인데
말도 잘 통하지 않고, 기댈 곳도 없는 타국에서
자녀들을 키워야 하는 외국인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까요.
보육료 지원 혜택을 받는 다문화가정은 그나마 낫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인정하는 다문화가정은 따로 있는데,
이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배우자와 자녀들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만 다문화가정으로 정의하고 지원합니다.
외국인노동자와 중국동포, 유학생 가정은 다문화가 아닙니다.
따라서 다문화가정으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아무런 지원도 없습니다.
이들 가정도 그런데 미등록체류(불법체류) 가정과 자녀들은 오죽할까요.
태어나자마자 무국적자에다 불법체류자로 의료보험도 없이 살아갑니다.

 

중국동포 엄마들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50~60만원의 보육료를 내야합니다.
어떤 어린이집은 학기 중에 결원을 대비해서 1년 치 보육료를 내야 받아줍니다.
엄마들은 결국 비싼 보육료 때문에 자녀들을 가리봉 쪽방에다 방치하고 맙니다.
심한 경우엔 방안에 먹을 것을 챙겨놓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일을 갑니다.
자녀들이 집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거나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은 엄마가 올 때까지 어두운 쪽방에 갇혀서 하루 종일 지내야만 합니다.
만일에 불이 난다면, 아이가 살려달라고 절규한다면 어느 누가 구할 수 있을까요?
비극이 일어난다면 어느 누구도 이주민 아이를 죽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만일, 그런 비극이 발생된다면 한국은 비인도적 국가로 세계에서 망신당할 것입니다.

 

국회는 지난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모든 이주아동들의 보호받을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협약을 비준한지 24년째 되는데도 협약 이행을 외면하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유엔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는 2012년,
한국 정부에 이주아동들의 출생등록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와
절차를 만들라고 각각 촉구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협약 이행을 소홀히 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부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을 기다리다간
우리 아이들이 다 망가질 지경이어서 우리가 나섰습니다.
중국동포와 이주민들이 최초의 이주민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첫 사업으로 어린이마을을 운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가리봉 쪽방 건물을 빌려서 내부 수리를 하고,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예쁘고 소중한 어린이집이 가리봉시장 골목에 세워졌습니다.
지구촌어린이마을에 자녀를 맡기려면 우선 협동조합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매월 7만원을 내면 됩니다. 어린이집에 비해 10배가량 적습니다.
엄마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들을 믿고 맡길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합니다.

 

지구촌어린이마을은 지난 4월 25일 개원했습니다.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45명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개원하지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결손, 술주정, 폭력 등의 가정환경에 노출된 쪽방 아이들은
욕설과 싸움, 도벽 등의 문제 행동들을 거침없이 드러냅니다.
원장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선생님들에게 욕과 반말까지 합니다.
다른 어린이집 원장들이 우리 아이들을 보고는 혀를 내두릅니다.
이 아이들을 누가 돌봐줄까요. 저희가 아니면 누가 돌보겠습니까.
가리봉 아이들을 이대로 둔다면 움직이는 시한폭탄이 될 것입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차화(車畵)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구촌어린이마을 주변에는 놀이터나 공원이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햇볕을 쬐게 하면서 맘껏 뛰놀게 하기 위해
골목과 횡단보도, 육교를 건너서 놀이터에다 데려갑니다.
그날, 선생님들은 말썽쟁이 6~7세 아이들 18명을 데리고
가느라 정신이 팔려서 뒷줄 아이까진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뒷줄 삼총사는 고호 혹은 피카소가 될 수도 있는 화가들인데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입니다.
어린 화가들은 이날 크레파스 대신 돌멩이로 길에 주차 된
에쿠스 차량에 그림을 그리는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차주는 당연히 노발대발했고, 저희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수리를 해주고 나서야 에쿠스 그림사건은 겨우 해결했습니다.

 

'어린이집'과 '어린이마을'의 차이점을 아십니까?
'어린이집'은 인가된 보육시설에서만 쓸 수 있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어린이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인가와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구촌어린이마을은 비인가시설이고 국고보조금 지원시설도 아닙니다.
우리가 돌보는 
중국동포와 불법체류자 자녀들은 보육료 지원혜택이 전혀 없기에 
우리
 지구촌어린이마을에서는 보조금 횡령사건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의 이주민 보육 사업은 단순한 보육 사업이 아닙니다.
쪽방에
서 절망으로 뒹구는 이주 아동들을 살리는 사업입니다.
가난과 절망, 싸움과 술병이 뒹구는 가리봉에서 과연 희망이 가능할까?
사람들은 불신하지만 가리봉의 눈물을 13년째 먹고 산 저는 믿습니다.
가리봉 아이들은 문제아가 아닌 다문화 세상의 희망아가 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