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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살색 그리고, 다문화차별금지법2024-11-18 04:40
작성자 Level 10

 

 

살색의 추억을 간직하고 계십니까?

 

초등학생이던 그땐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엄마의 얼굴을 살색 크레파스로 칠했습니다.
선생님도 엄마도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에 대한 무례였고 무지였습니다.
우리끼리는 '살색이 뭐가 어때서!'라고 우기면 되지만
백인과 흑인에겐 살색 호칭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인종차별은 그렇게 사회 전반과 무의식까지 파고들었습니다.
우리 아버지와 할아버지들은 흑인병사를 깜둥이라고 불렀고
우리들은 검은 피부의 친구를 튀기라고 부르며 놀려댔습니다.
또한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노동자를 보면 무시하고 멸시합니다. 
이처럼 잘못된 백의민족 순혈주의가 만든 색이 바로 살색입니다.

 

한국의 인종차별이 부끄러웠습니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인종차별적 제도와 문화를 개선시키기 위해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살색'을 진정했던 것입니다.
국가인권위는 저의 진정을 받아들이면서 한국기술표준원에
인종차별 하는 '살색'을 다른 명칭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고
2002년 한국기술표준원은 '살색'을 '연주황'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초등학생이던 딸이 연주황이란 이름이 너무 어렵다며
알기 쉬운 한글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끝에
2004년 마침내 '살색'이란 명칭이 '살구색'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1년 12월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이해서
'대한민국 10대 차별시정'을 발표하면서 살색 명칭변경을 대표 사건으로
선정하며 한국 사회의 인권수준을 향상시킨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했습니다.

 

지금은 다문화 차별이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 아들이 다문화 차별해소에 앞장섰습니다.
제 아들 용연이(13살)는 <마이 리틀 히어로>라는 영화에서
아역배우로 출연하며 영화배우가 된 멋진 흑인 청소년입니다.
용연이가 케이블채널 tvN의 <쿨까당>에 출연했었는데
<쿨까당>이란 '쿨하게 까는 하이브리드 정당'의 줄임말로
대한민국 혁신을 위한 법안을 제안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심사위원은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과 민주당 김영환 의원, 곽승준 교수로
채택된 법안은 국회에서 발의키로 한 가운데 '쿨까당 4.6 전당대회'가 열렸습니다.
심권호 전 레슬링 국가대표가 '레슬링 교과목 편입'을 제안하는 등 20개의 기상천외한
제안이 치열한 법안 경쟁을 벌였는데 가장 주목받은 법안은 용연이의 제안이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다문화 대안초등학교인 '지구촌학교'를 졸업한 뒤
위탁형 대안 중학교인 '지구촌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용연이는
다문화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저희는 이름, 국적, 피부색은 다르지만
같은 것이 있는데 바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하자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표정이 숙연해졌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아온 용연이는 이어서
"(한국 사람인) 저도 한국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해요. 피부색만 다르면 외국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한국 사회의 차별문화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는 피부색 때문에 상처받지 않도록 '다문화인 차별금지법'을 만들어달라면서
심사위원과 관객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고아였던 한 흑인소년의 다짐을 들어보세요.

 

"엄마께서 5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뒤따라서 아버지도 3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기에 원망도 많이 했어요. 저는 검은 피부색에 곱슬머리예요. 그래서인지 차별적인 말에 상처를 많이 받고 울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울지 않을 거예요. 정말 씩씩하게 열심히 생활하고, 어른이 된다면 저와 같은 환경에 처한 다문화 아이들이나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 언어가 달라서 차별 받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요."

 

 

고아였던 한 다문화 청소년을 통해 다문화의 절절한 아픔을 새겨들은
남경필 의원과 김영환 의원은 '다문화인 차별금지법' 발의를 약속했습니다.
<쿨까당> 법안 오디션은 출연자의 법안을 심사위원이 채택하는 동시에
그 제안을 두 의원이 서로 선택하려고 할 경우에는 출연자가 유리한 정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인데 용연이에게 감동받은 두 의원이 서로 선택하자
<쿨까당>측은 두 의원이 법안을 함께 상정하도록 하는 아름다운 결론을 내렸습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남경필 의원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의논을 한 결과
황용연군을 입법 청원자로 하고 소개 의원을 남경필 의원으로 하는 동시에
남 의원은 따로 의원 입법안으로 추진하는 등 양 날개를 구사하기로 했습니다.

 

인권 선진국이자 다문화사회인 영국과 미국 등의 나라들이 '인종차별금지법'을
만든 것은 인종과 언어, 피부, 종교를 서로를 존중하며 인정할 때 사회가 안정되고
개인의 행복과 자유가 가능하다는 역사적인 경험과 사회적인 합의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다문화인 차별금지법'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불발된 법안입니다.
만일 이 법안을 입법화하지 않고 불발탄으로 방치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피부와 언어,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하는 사회는 불행하고 불안한 사회입니다.
그렇게 뿌려진 갈등의 씨앗은 분노로 자라서 폭력의 악순환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살색'보다는 '살구색'이 훨씬 아름다운 이름인 것처럼
차별 없는 다문화 세상이 훨씬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저는 아들 용연이와 함께 아름다운 다문화 희망세상을 만들려고 합니다.
'다문화인 차별금지법'을 만드는데 어깨를 걸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