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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주아동의 꿈은 어디에...2024-11-15 01:58
작성자 Level 10

이주아동의 꿈은 어디에...

<이 칼럼은 전남일보 5월7일자 "현장에서" 란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광주시는 지난 3일 제91회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할 빛고을 아동큰잔치 “너의 꿈을 펼쳐 봐”를 광주 패밀리랜드 야외 잔디광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과 종사자 등 2,500여명이 초청돼 기념식, 공연, 체험마당, 선물증정 등 어린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어린이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주아동들은 이런 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최근 광주새날학교에 위탁됐던 에벌린학생은 아프리카 국적의 부모에게서 태어나 줄곧 한국에서 17년을 살아왔다. 한국말이 모국어고 한국 아이들과 똑같이 사춘기를 겪었다. 하지만 부모가 불법체류자이기에 에벌린은 늘 숨죽이며 살아야하는 ‘불법체류 이주아동’이라는 딱지를 뗄 수가 없었다. 부모가 한국에 불법체류하며 아이를 낳았기에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가 된 경우이다.

또 방글라데시출신 온또라 역시 엄마의 체류자격미비로 인해 불법체류자가 됐다. 최근 사이가 벌어진 엄마의친구가, 경찰에 신고하자 강제 추방되지 않을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법체류자가 된 아이들, 한국에 살지만 거주자로 등록되지 않은 이들에게 한국 학교의 문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국에는 약 10만 7천여 명의 등록이주아동이 있다. 이 중 체류 자격이 없는 불법체류 이주아동도 역시 많고, 이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다문화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는 많이 개선됐지만 ‘다름’에서 오는 편견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당시 3만여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하기 시작했으나 불과 25년 만에 150만 명을 넘어섰다. 저임금 노동력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중소기업의 이주 노동자고용은 한해 평균 20%씩 증가했고, 이런 현상 속에 이주 아동도 크게 늘어 2012년 말 10만7,689명에 이르렀다. 어쩌면 이들이 저 출산 사회의 꿈나무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 중 18세 미만 학령기 이주아동 4만3,649명의 40.4%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학교에 다니는 결혼이민자 자녀는 2만4,745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32% 증가했으나, 이주노동자 자녀는 1,270명으로 오히려 10% 감소했다. 공식 통계 밖에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을 감안하면, 학교 이탈 율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이주아동이 학교 밖 아이로 양산되는 이유는 교육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으로 이뤄지는데, 주민번호나 외국인번호가 없으면 교육 사이트 접근 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며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수학여행갈 때 배나 비행기를 타야 하면 미등록 아이는 포기해야하고, 하다못해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려 해도 번호가 필요하다. 결국 절망과 상실감에 고통당하는 아이들이 학교 밖 아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고,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며 유엔은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장토록 권고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1년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과 동등한 교육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인종차별철폐협약위원회도 지난해 8월 “난민, 인도적 지위 체류자, 난민 신청자, 미등록 이주민 자녀의 출생을 적절히 등록할 제도와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마련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5월 가정의 달,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주아동들에게 다정한 눈길 한 번 주는 것이 어떨까?

이천영: 광주새날학교 교장, 사)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