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빛이 비치면 어둠은 물러간다 | | | | 임헌준 목사 / 온양 예은교회
한 때 우리 사회에 ‘비움’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마음을 비우면 평안이 깃든다’는 것이다. 기독교계에서도 ‘비움’과 유사한 흐름인 ‘내려놓음’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온갖 정욕과 원망, 미움, 의심, 절망, 두려움, 슬픔 등등 인간을 억누르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으면 심령에 평안과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귀가 쫑긋해지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들 이런 어둠의 굴레가 좋아서 끌어안고 있겠는가. 누구나 할 수만 있다면 이런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마음을 비우라’,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 말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심령의 어둠을 벗어던지고 자유케 되는 일은 사람이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수행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어느 정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을 때나, 자신을 자극하는 ‘문제’의 강도가 세지 않을 때는 마음을 비운 것처럼, 내려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평안과 자유를 맛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일 뿐이다. 삶에 거센 풍파나 유혹이 밀려오면 그 평안과 자유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시 심령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진다. 그 예로 오랜 세월 동안 속세를 떠나 수행했다는 노년의 성직자가 속세의 평범한 젊은이처럼 혈기를 부리며 다른 이들을 거칠게 비방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혹은 언론매체를 통해서 종종 보지 않는가.
한국교회에서 자칭 타칭 중진·원로라고 하는 목회자들 가운데 교권, 돈, 명예 등을 얻기 위해 추태를 드러내는 일도 종종 목도하지 않는가.
속지 말아야 한다. 마음을 비움으로써, 내려놓음으로써 평안과 자유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속이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온갖 정욕과 원망, 미움, 의심, 절망, 두려움, 슬픔 등등 인간을 옭아매고 있는 어둠의 굴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연약한 존재이다. 깨닫고 아는 것보다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우둔하고 무지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어둠의 굴레를 결코 벗어던질 수 없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한다. 성령의 주권적인 역사와 인도하심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성령으로 충만할 때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내가 행하는 것이 아니고, 내 속에 계신 성령께서 행하시기 때문이다. 그런즉 내 힘으로 어떻게 어둠의 요소들을 내려놓고 그 굴레를 벗어나려고 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성령으로 충만하기를 사모하며 하나님께로 나아갈 일이다.
우리 심령이 성령의 빛으로 충만하게 되면 그 순간 어둠은 저절로 물러간다. 기억하라. ‘어둠’을 비운 다음에 ‘빛’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빛이 비치면 그 순간 어둠이 사라진다. 어둠의 요소들을 비운 다음 그 자리를 평안과 자유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평안케 하고 자유케 하는 성령이 내 안에 충만해지는 그 순간 내 영에서 어둠이 물러간다.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나를 해방하는 것이다(롬 8:2).
빛이 있을 동안 그곳에는 어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즉 늘 깨어서 성령으로 충만할 일이다. 하나님의 영, 예수 그리스도의 영으로 늘 충만할 일이다. 그리하면 우리 영혼에 생명의 빛이 충만할 것이다.
세상이 주지 못하는 대자유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를 것이다. “예수께서 또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세상의 빛이니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 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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