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학교 졸업식에서 재학생 대표로 송사하고 있는 아들 성연. 막내아들 열두 살 성연이가 맹장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수술을 기다릴 때까지는 핸드폰으로 게임하며 막간의 여유를 부렸지만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향하자 마른 입술로 "아, 떨려요!"라며 불안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래도 씩씩한 아들입니다. 제가 응급센터에 도착해 안아주었을 때 눈물을 흘린 것을 빼고는 샛별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차분하게 수술을 기다렸습니다. 그런 의젓한 아들을 지켜보는 것이 외려 마음 아팠습니다. 만약에 제가 친아빠였다면 엄살과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을까요? 아들 성연이를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대기실에 앉아 기도하는데 지난 2년 동안 삼남매 아빠로 보낸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아버님이 소천하신 지난해 8월의 일입니다.
상주인 맏형 김거성 목사가 장례식에 와주신 여러 조문객들과 삼남매에게 정중히 사과했습니다. 그건 장례예배순서지 유족 명단에 도담, 용연, 성연 등 흑진주 삼남매의 이름이 누락된 것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형과 저를 비롯해 유가족들이 아버님을 잃은 슬픔에 경황이 없는 가운데 주변 분들이 순서지를 만들면서 삼남매를 유족 명단에서 빠트린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조문객들은 저희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습니다. 상복을 입은 삼남매는 조문객들에게 인사하며 가족임을 확인했습니다. 가족이란 서로의 작은 실수를 이해해주고, 또 그런 실수를 통해 서로의 진심이 전해지면서 더욱 돈독해진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목사님, 아빠라고 불러도 돼요?" 지난해 10월쯤 이었을까요? 막내 성연이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길에 서 있는데 뒤에서 살포시 저를 끌어안으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들의 부드러운 백 허그에 놀라 목젖이 울컥거렸습니다.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아, 나는 삼남매의 진정한 아빠가 아니었구나!' 원양어선 선원으로 바다를 누비던 삼남매의 아빠는 검은 진주처럼 눈이 빛나는 여인을 항구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사랑이란 만국의 언어를 나누면서 깊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사랑이 깊어가면서 잠시 머물다 떠나는 항구를 떠나 오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한국, 남편의 고향에 도착했습니다. 로즈몬드 사키는 남편 한 사람을 믿고 아프리카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엄마를 꼭 빼닮은 삼남매가 선물처럼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족은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또 다른 불행을 몰고 왔습니다. 2007년 엄마가 갑작스레 떠나더니 아빠마저 2010년 삼남매 곁을 떠났습니다. 삼남매의 피부는 검은 진주처럼 까맣습니다. 그래서 흑진주라는 별칭은 붙게 된 것입니다. 흑진주는 일반 진주보다 가격을 더 쳐준다고 합니다. 보석은 희소성의 가치에 따라 높은 가격을 매기는데 이 땅에서 검은 피부는 왕따 놀림과 기피의 대상입니다. 아빠마저 떠나면서 삼남매 친인척들이 모여 의논을 했지만 모두들 사정의 여의치 않아서 아이들을 맡기가 어렵게 되자 삼남매 가족을 돌봐왔던 저에게 양육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제 자식에게도 낙제점수를 받은 못나고 부족한 아빠인 제가 감히 삼남매의 아빠가 되기로 한 것은 다문화 희망세상을 위해서였습니다. 사랑 받은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됩니다. 상처 받은 사람은 공격을 하게 됩니다. 제게 온 삼남매는 까칠하고, 거칠고, 사나웠습니다. 특히, 막내 성연이는 고슴도치 같은 아이였습니다. 잠재됐던 분노가 터져 나오면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성연이는 자기만의 성안에 숨었습니다.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가시를 둘러친 것입니다. 성연이가 둘러 친 촘촘한 가시에 수없이 찔려야만 했지만 가시보다 아픈 것은 쉽사리 낫지 않는 아이의 상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막내아들 성연이가 제 가슴을 또 찔렀습니다. 고슴도치 가시 대신에 보드란 손으로 포옹하며 '아빠가 되어주세요, 저도 아들이 되고 싶어요!' 막내아들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아빠 사랑에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생각하고 생각하다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을 사과하며 안아주었습니다. 맹장수술을 의연하게 마치고 귀가한 흑진주보다 더 빛나는 아들 성연이가 5학년 2학기 성적표를 저에게 건넸습니다. 국어 등 7개 과목 중에서 '잘함'이 6개, '보통'이 1개입니다. 아무리 봐도 잘난 아들이어서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방적인 아들 자랑이 아님을 담임선생님이 확인해주셨기에 우리 아들 성연이의 성적표 종합의견을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여 질문을 많이 하고 주위 사물이나 사람의 변화를 빠르게 잘 파악합니다. 놀이에서 리더가 되며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 내고 이끌어 가며, 친구와 잘 사귀고 공동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 달리기나 게임 등 체육활동에서 큰 활약을 보였습니다. 토의하고 발표하는데 적극적이고 과제학습을 성실히 잘 해오며 매 수업 시간마다 집중하여 학습하는 태도를 보여 전 교과 학업 성취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목사님, 아빠라고 불러도 돼요?" 지난해 10월쯤 이었을까요? 막내 성연이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고 길에 서 있는데 뒤에서 살포시 저를 끌어안으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들의 부드러운 백 허그에 놀라 목젖이 울컥거렸습니다.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아, 나는 삼남매의 진정한 아빠가 아니었구나!' 원양어선 선원으로 바다를 누비던 삼남매의 아빠는 검은 진주처럼 눈이 빛나는 여인을 항구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사랑이란 만국의 언어를 나누면서 깊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사랑이 깊어가면서 잠시 머물다 떠나는 항구를 떠나 오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한국, 남편의 고향에 도착했습니다. 로즈몬드 사키는 남편 한 사람을 믿고 아프리카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엄마를 꼭 빼닮은 삼남매가 선물처럼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족은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또 다른 불행을 몰고 왔습니다. 2007년 엄마가 갑작스레 떠나더니 아빠마저 2010년 삼남매 곁을 떠났습니다. 삼남매의 피부는 검은 진주처럼 까맣습니다. 그래서 흑진주라는 별칭은 붙게 된 것입니다. 흑진주는 일반 진주보다 가격을 더 쳐준다고 합니다. 보석은 희소성의 가치에 따라 높은 가격을 매기는데 이 땅에서 검은 피부는 왕따 놀림과 기피의 대상입니다. 아빠마저 떠나면서 삼남매 친인척들이 모여 의논을 했지만 모두들 사정의 여의치 않아서 아이들을 맡기가 어렵게 되자 삼남매 가족을 돌봐왔던 저에게 양육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제 자식에게도 낙제점수를 받은 못나고 부족한 아빠인 제가 감히 삼남매의 아빠가 되기로 한 것은 다문화 희망세상을 위해서였습니다. 사랑 받은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됩니다. 상처 받은 사람은 공격을 하게 됩니다. 제게 온 삼남매는 까칠하고, 거칠고, 사나웠습니다. 특히, 막내 성연이는 고슴도치 같은 아이였습니다. 잠재됐던 분노가 터져 나오면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성연이는 자기만의 성안에 숨었습니다.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가시를 둘러친 것입니다. 성연이가 둘러 친 촘촘한 가시에 수없이 찔려야만 했지만 가시보다 아픈 것은 쉽사리 낫지 않는 아이의 상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막내아들 성연이가 제 가슴을 또 찔렀습니다. 고슴도치 가시 대신에 보드란 손으로 포옹하며 '아빠가 되어주세요, 저도 아들이 되고 싶어요!' 막내아들은 이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아빠 사랑에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생각하고 생각하다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을 사과하며 안아주었습니다. 맹장수술을 의연하게 마치고 귀가한 흑진주보다 더 빛나는 아들 성연이가 5학년 2학기 성적표를 저에게 건넸습니다. 국어 등 7개 과목 중에서 '잘함'이 6개, '보통'이 1개입니다. 아무리 봐도 잘난 아들이어서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일방적인 아들 자랑이 아님을 담임선생님이 확인해주셨기에 우리 아들 성연이의 성적표 종합의견을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여 질문을 많이 하고 주위 사물이나 사람의 변화를 빠르게 잘 파악합니다. 놀이에서 리더가 되며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 내고 이끌어 가며, 친구와 잘 사귀고 공동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운동 신경이 뛰어나 달리기나 게임 등 체육활동에서 큰 활약을 보였습니다. 토의하고 발표하는데 적극적이고 과제학습을 성실히 잘 해오며 매 수업 시간마다 집중하여 학습하는 태도를 보여 전 교과 학업 성취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