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국토순례 반환점을 찍고 돌아가는 금산간디학교 13기 학생들. 이들은 고1학년 '해방학기' 동안 총 600㎞ 국토대장정을 마쳐야 한다. 사진 전호성 기자
지난달 24일 교육부가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는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을 대상으로 등록제 도입 등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대안학교와 홈스쿨링 네트워크 등 대안교육현장 53곳의 네트워크 단체인 '대안교육연대' 측은 '대안교육을 죽이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공공성을 확대하기는커녕 관리·통제를 통해 국가의 간섭을 최대화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을 보는 교육부의 기본 입장은 규모와 시설이 영세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아 등록제를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역시 대안학교가 다문화학생이나 탈북학생, 학업부적응 학생 등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영세한 규모와 시설, 학생의 건강 및 안전에 대한 보장시스템 미비 등으로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또 고비용의 대안교육시설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 대안교육 본래의 취지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결정적으로 우려하는 바는, 현황조사에 응하지 않은 60여곳의 대안교육시설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시설은 이번 현황조사에 응하지 않아 의무교육 대상자인 초등 및 중학교 학생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빼든 칼은 '대안교육시설 등록제 도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고 있는 대안교육시설에 대해 등록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대안교육시설 법제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외국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사실상 사교육 기관으로 운영되는 고비용의 국제형 대안교육시설 등 사회적 인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대안교육시설에 대해 정밀 실태 조사 및 법적 검토를 거쳐 조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안학교연대 측은 대안교육의 취지에서 벗어난 학교들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 자칫 대안교육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대 측은 특히, 정부가 대안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즉 대안교육운동이 국가가 외면한 제도교육 밖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관심을 기울였고, 교육정책의 사각지대에서 학습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에게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을 실천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학교 역할에 큰 시각차
교육부는 대안교육의 성격을 다문화, 탈북, 학업부적응 등 제도교육에서 수용할 수 없는 청소년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로 규정한다. 반면 대안학교연대 측은 제도교육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청소년뿐 아니라 경쟁과 입시 중심의 제도교육 자체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청소년도 함께 교육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연대 측은 "대안교육운동의 중심은 공교육이 안고 있는 한계를 직시하고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흐름에서 이어졌다"며 "대안학교를 부적응 학생을 위한 교육시설로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과 맞지 않을 뿐더러 법제화 과정에서도 왜곡을 낳을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인가냐 미인가냐 구분이 문제
대안학교의 존재를 인가냐 미인가냐로 보는 것도 문제다. 연대 측은 "대안학교로 인가를 받은 학교들의 경우 사실상 국제학교에 가까운 기독 사립학교거나 학력 인정의 필요에 따라 인가를 신청한 탈북·다문화 학교들이 많은 편"이라며 "제천간디학교를 비롯한 기존 대안학교들은 인가를 못 받은 게 아니라 '안 받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연대 측은 "미등록 학교에 대한 폐쇄를 규정하면서 사실상 등록을 강제하는 것은 대안교육을 교육부의 관리·통제 아래 두고 교육과정과 운영에 간섭하겠다는 것으로, 대안교육의 존립 근거인 교육의 자율성과 운영의 민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대안교육 존립을 위협하는 악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대안교육 법제화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안학교 연간학비 평균 620만원
한편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0여곳의 미인가 대안학교의 연간 학비(입학금·수업료·기숙사비)는 평균 620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무료인 시설이 52곳(26.1%)이며 △100만원 미만 18곳(9.0%) △100만~250만원 10곳(5.0%) △250만~500만원 19곳(9.5%) △500만~1000만원 46곳(23.1%)이다.
특히 연간 학비가 1000만원을 넘는 대안학교도 54곳(27.1%)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교육·선교·국제교육 등을 목적으로 하는 대안학교 중 학비가 1000만원을 넘는 곳이 많았다. 이들 중에 연간 학비 부담금이 2000만원을 웃도는 학교도 5곳이나 됐다. 반면 탈북학생 및 미혼모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는 수업료를 받지 않거나 연간 부담금 250만원 미만이 많았다.
대안교육연대 = 지난 1997년 산청간디학교의 개교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대안교육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대안교육 활동가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보태는 연대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정보를 교환하고 교육내용을 같이 고민하는 한편, 무엇보다 우리사회 교육제도를 변화시켜나가는 데 힘을 모으는 일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지난 2002년 6월 '대안교육연대'라는 이름으로 연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대안학교, 홈스쿨링 네트워크 등 대안교육현장 53곳의 네트워크와 대안교육 교사·학부모·활동가·연구자 등의 단체 및 개인회원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대안교육에 관한 연구사업, 교사 학부모에 대한 교육사업, 협력과 연대의 네트워킹사업, 대안적인 삶과 교육의 사회적 실천 활동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조직의 재정은 회원현장 및 개인의 회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순수 민간 NGO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