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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설 • 칼럼[편집국에서/11월 16일] 다문화 아이만의 학교라니2024-11-1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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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 칼럼[편집국에서/11월 16일] 다문화 아이만의 학교라니

이은호 정책사회부장 leeeunho@hk.co.kr  1
 

관련기사사회통합위원회는 6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문화 관련 정책을 보고하면서 수도권에 국제다솜학교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다문화가정 자녀 중 고교에 가지 못하거나 중도 탈락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교 학력을 취득하고 직업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그들만의 학교를 만들어 주겠다는 취지였다. 본보에 연재되는 '다문화 우리문화, 따로 또 같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담당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학교에서 한국 학생으로부터 왕따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자기들끼리는 왕따 안 할 테니 좋겠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민간 사회 활동 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이 내년 3월 경기 광주시 곤지암 부근에 국제다문화학교를 개교한다는 뉴스에 접했는데 국제다솜학교와 마찬가지로 한국 학생과의 분리 교육을 추구한다고 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는 초등학교 120~150명, 어린이집 30~40명의 학생을 받아 전액 무료로 공부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분리 교육을 지향하는 다문화학교에 대한 필자의 긍정적 인식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바로 얼마 전 다문화 관련 민간 단체인 한국다문화센터가 낸 "다문화가정 자녀들로만 구성된 다문화학교를 만들면 동네는 게토가 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보고 나서다. 그들만의 학교를 통해 눈앞에 보이는 학교 내 왕따는 없앨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이것은 학교와 동네 전체를 왕따로 만들 게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기자가 얼마나 단면적일 수 있는가 되짚어 보게 한 계기였다.

사실 다문화학교가 생기면 그 주변으로 다문화인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동네에 살던 한국인들은 모두 떠나게 된다. 결국 동네는 못사는 다문화인들만 거주하는 그들만의 구역이 돼 버린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유대인을 분리하기 위해 만든 게토처럼 말이다. 사회 통합을 위해 만든 다문화학교가 게토처럼 다문화인을 분리하는 도구로 쓰이게 되는 것은 이를 추진하는 쪽에서도 전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다문화학교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학력 향상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펴낸 '한국교육종단연구 자료집'에 따르면 학력이 낮은 학생들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학습시킬 경우 오히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아는 대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학력과 집안 소득이 낮다.

한국 학생들에게도 다문화학교는 좋을 게 없다. 최근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함께 공부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한국 학생들의 다문화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매일 살을 비비면서 그들도 우리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문화학교로 이들을 분리해 놓으면 이런 기회가 사라진다.

다문화학교는 한국 사회가 지닌 다문화 문제를 줄이기는커녕 더 확산시킨다. 따라서 왕따 같은 문제들은 통합 교육을 유지하면서 국가 제도 개선과 교사의 노력으로 극복하되 다문화학교는 짓지 말았으면 한다. 꼭 설립해야 한다면 소규모 대안학교나 중도 입국 자녀를 위한 예비학교 정도가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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