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만근 “대안학교 설립 시대적 사명” 청주새날학교 곽만근 교장 정택의 이사장 헌신적 기부 전 재산들여 청광학원 설립 대안학교 설립인가 동분서주 자료 제시에도 번번이 무산 도교육청 트집 … 답답하기만 폐교 활용 등 대안 검토중
청주 새날학교 20여명의 학생들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중국과 태국, 러시아, 몽골,우즈베키스탄, 네팔 등 6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청소년들이다. 자연히 얼굴색도 다르고 우리 말과 글을 읽지도, 문화도 알지 못한다.
2008년 4월 문을 연 새날학교는 이들에게 ‘우리나라’를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5명의 교직원들이 이들에게 보장된 학교 교육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첫번째 임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형 '대안학교 설립 인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새날학교에 큰 고민이 생겼다. 충북도교육청이 대안학교 설립 인가를 번번이 무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새날학교 곽만근(55) 교장은 도교육청의 잘못된 해석과 태도를 지적하며 대안학교 설립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새날학교는 학교법인 청광학원 정택의(52) 이사장의 헌신적인 기부에서 시작됐다. 충남 청양군 청신여중에서 30여년 간 교편을 잡았던 정 이사장은 3년 전 직장암 선고를 받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때 외국인 입국 자녀들에게 봉사하기로 결심한다.
정 이사장은 전 재산 50억원 이상을 이들을 위해 쓰기로 결심하고 청광학원을 설립했다. 이때부터 정 이사장과 곽 교장은 새날학교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곽 교장은 먼저 대안학교 설립 인가와 관련해 도교육청의 '태도'를 꼬집었다. 도교육청이 관련 규정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대안 설립 인가를 무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도교육청은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며 "외국인 자녀들의 대안학교가 잘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곽 교장은 교육청의 대안학교 설립인가 거부에 대한 관련 규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제2조는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은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대해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며 "그런데 도교육청은 대안학교 설립 인가를 일반학교 설립 인가에 적용시켜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도교육청 학교보건위원회는 지난 19일 청주 새날학교 설립 예정지 교육환경평가에서 부적합 의결했다. 새날학교의 대안학교 설립 인·허가가 무산된 것은 2011년 6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도교육청의 부적합 이유는 새날학교 설립 예정지(충북 청원군 오창읍 여천리)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모텔 2곳이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학교설립예정지 내 '금지시설'이 있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부적합 이유다. 이에 대해 곽 교장은 '교육청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장은 "청주지역 등 다른 학교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100m 안팎에 유흥주점 등이 들어서 있는데 이들 학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는 식이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곽 교장과 학교 측은 일단 도교육청의 처분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곽 교장은 고민끝에 학교 주변에 있는 모텔을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곽 교장은 "외국인 입국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모텔 등을 인수할 계획도 세웠고, 이에 대한 입장을 도교육청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도교육청은 모텔 등을 인수하면 대안학교 설립 인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을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답답한 태도에 곽 교장은 도내 폐교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문제는 폐교를 임대해도 도교육청이 설립인가를 내줄지가 의문이다. 곽 교장은 "도내 폐교를 임대해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해도 도교육청은 계속 트집만 잡고 있다"며 "도교육청의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곽 교장은 결국 '외국 사례'까지 예로 들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이 일으키는 폭동을 종종 볼 수 있다"며 "이런 배경은 외국인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이 5%를 넘어설 경우 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외국인 인구는 150만 가량으로 위험 수위는 아니지만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5% 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곽 교장은 "오늘(25일)도 학생 1명이 교정을 떠났다"며 "학교(새날학교)가 불안정한 상태여서 학생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모국으로 돌아 가는지, 아니면 국내에서 방황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외국인 입국 자녀 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새날학교는 도교육청이 인가를 계속 거부할 경우 행정심판 청구는 물론 법적으로도 대응할 태세다.
손근선 기자 kk55s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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