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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외받는 중도입국 청소년2024-11-18 07:07
작성자 Level 10
<다문화기획 3편>소외받는 중도입국 청소년...언어장애로 수업 따라가지 못해 학교 등지게 해
기사입력 2013-08-06 09:12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경기 김포시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는 박연아(11ㆍ가명) 양은 여덟살때 한국인 아빠를 따라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 박 양은 집에서 러시아인 어머니와 러시아어로만 대화했고, 아버지 역시 주로 러시아말을 썼기에 한국어를 배울 수 없었다. 그래서 박 양은 한국에 온 지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어가 서툴다.

다행히 특유의 활발한 성격 탓에 교우 관계는 나쁘지 않다. 가끔 짖굿은 아이들이 이국적인 외모를 문제삼아 놀릴 때에도 박양은 오히려 “난 러시아말 할 줄도 안다”며 당당하게 말한다. 하지만 쾌활한 성격의 박 양도 수업시간에는 의기소침할 수 밖에 없다. 박 양은 “선생님 말씀을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지만, 수업 내용은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 양을 딱해 하는 부모는 어떻게든 돕고 싶지만 마땅히 도와줄 상황이 못돼 속이 타들어간다. 아버지는 직장 일로 늘상 바쁘고,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엄마는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까닭이다.

박 양의 담임교사 김모(30) 씨는 “박 양처럼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은 언어와 문화에 익숙치 않아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박 양 처럼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결혼ㆍ취업 등으로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자녀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은 부족하거나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만 9세 이상 19세 미만 중도입국 자녀는 1만7902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취학생은 전체의 28%인 5000명 선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72%는 언어장애와 학력인정 등의 문제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따라 열한살 때 한국에 왔던 기라성(19ㆍ가명)군도 언어장애로 학교적응에 실패한 경우다. 한국어에 익숙치 않았던 기 군은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로는 여기에 더해 친구들의 놀림과 편견에 시달리면서 결국 고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서울시교육청 다문화교육 담당자는 “중도입국 자녀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교육시설로 옮기거나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으로 오기 전 모국의 졸업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중도입국 다문화 자녀들은 학교 폭력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여가부가 지난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도입국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비율은 10.4%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비율 8.5% 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다문화학생 교육지원 예산은 국고와 특별교부금을 합쳐 155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25억6000만원 줄었다. 중도입국 자녀를 위해 지원되는 이중 언어강사 양성 예산도 올해 6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삭감됐다. 다문화 확산 추세에 따라 중도입국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이다.

유경주 서울 은평경찰서 외사담당관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초기 입국 다문화 가정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자연히 소외되고, 범죄에 빠지는 등 각종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